
요즘 블랙프라이데이로 여기저기서 세일 중이다.
뭐 소비자 입장에서 너무 좋은 기회들이 많은데
안 팔리던 거 쌓아 뒀다가 터는 날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나 그동안 노리던 것이 마침 세일을 하면 득템이기도 하니 양날의 검이랄까?

키보드 매니아 입장에서
풀배열 키보드를 쓰다가 점점 배열을 줄여가는 재미는 나름 솔솔 하다.
내가 처음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샀던 체리 G80-3000 모델은 풀배열이었는데
당시에는 대부분 풀배열이 기본이었다.
아는 형이 자작으로 만든 TKL(텐키리스)는 풀배열을 싹둑 잘라서 만든 것이었으니 말이다.
한참 글을 써야 하는 일을 할 때
키보드를 풀배열에서 65 배열로 바꾸게 되었는데,
65 배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키감 하나만 보고 용산 타건샵에서 주어왔던 때가 있었다.
벌써 15년은 지난 거 같다.
그렇게 65 배열에 적응해 가면서 쓰다 보니 나의 주력은 풀배열이 아니라 65 배열이 되었고,
남들이 65 배열을 어떻게 쓰냐 할 때 나는 겨우 겨우 적응해서 지금은 풀배열이 많이 불편할 지경이 되었다.
65 배열에서 더 작은 배열은 도전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지만,
올봄부터 시작된 나의 기계식 키보드 열정으로 60 배열에 도전하게 된다.
그 첫 번째 도전은 키크론 Q4라는 포커배열 변형 키보드를 썼었다.
60 배열부터는 방향키가 문제가 되는데
나는 잘 적응을 했다.
60 배열에서 방향키를 설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글을 쓰기로 하고,
나는 60 배열을 적응했다는 말을 하기 위해 언급한다.
그 뒤에 60 배열의 원조격(?)인 해피해킹 키보드를 써보고 싶었다.
그런데 해피해킹은 정식수입이 되지 않아서 직수입을 하거나 중고로 사야 하는데
중고를 잘 사지 않는 나이기에 망설여졌다.
더욱이 해피해킹은 소싯적 쓰는 형이 있어서 만져본 기억이 있는데
방향키가 없어서 상당히 난감해했었다.
무작정 도전을 할 수는 없기에 먼저 실험을 하고자
알리에서 해피해킹과 비슷한 배열
(사실 같은 배열인줄 알았다)
에포메이커 HACK 59를 들였다.
이 배열을 쓰면서 방향키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이제 나도 해피해킹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급했듯이 해피해킹을 사기에 어려움이 좀 있는 상황이었기에
해피해킹 스타일의 다른 기계식 키보드를 알아보다가
좋지는 않지만 매력을 느끼는 키크론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Q60 키보드가 눈에 밟혔다.

기존에 키크론 Q 시리즈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Q 시리즈의 매력은 잘 알고 있다.
장단점이 명확한 키크론 Q 시리즈에 해피해킹 자판을 달고 나온 키보드라니.
저 모델은 출시하고 나서 품귀현상으로 구할 수도 없던 모델이었다.
더욱이 키크론을 살려면 쿠팡 직구를 이용해야 하는 룰에도 적용이 되지 않는 모델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이렇게 세일을 하면서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다
가격을 보자.... 상당히 매력 있는 가격이다.
AS 할 일이 많이 없는 키보드이기는 하지만
혹시 모를 AS를 할 수 있는 정식 수입 제품이다.
그리고 내가 키크론 블루투스 모델을 써 보니 그리 나쁘지 않았다.
(K8 MAX의 블루투스는 좀 떨어지는 듯했으나, Q8 MAX의 블루투스는 상당히 쾌적했다.)
해피해킹 스타일에 블루투스까지 되는 모델은 흔치 않다.
거기다가 알루미늄으로 무게감까지 있는 키보드도...
그래서 거의 마음이 넘어간 상태였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나의 결정이 맞는 것인지 확인하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변수가 나왔다.
해피해킹 키보드와 배열이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구매했던 키보드가
에포메이커 HACK59라는 모델인데,
이 모델에 적응해서 이제 해피해킹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이없게도 숫자열 오른쪽에 있는 키가 해피해킹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 갖고 있는 키보드지만 찍는 거 귀찮으니 상품페이지에서 사진을 갖고 온다.

잘 보면 숫자열 오른쪽 끝에 백스페이스바가 있다.
이것은 모든 보편적인 키보드라면 다 똑같이 적용되어 있다.
그러나....


세상에 백스페이스바가 없다.
그 아래 있는 키가 delete 키이다.
이건 del을 backspacea로 바꾸면 되지만
물리적인 키의 위치와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백스페이스바를 누르다가 분명히 오타가 많이 날것이 뻔한 구조이다.
(나는 백스페이스바의 왼쪽을 친다 즉 '\'를 열리 칠게 뻔하다)
적응하면 될 문제이겠지만,
나는 키보드를 하나만 쓰지 않는다. ^^v
분명히 키크론이든 해피해킹이든 사봤자 메인으로 쓰질 않을 것이다.
메인으로 쓰지 않을 키보드의 백스페이스바 위치를 적응해 버리면
나머지 키보드를 쓸 때는 어쩌란 말인가...
나의 타건 영상을 찍으면서 내가 얼마나 빨리 백스페이스바를 치는지 보곤 놀랐다.
의식보다 빠르게 백스페이스바를 치는 모습을 보고
"오타 대비가 상당하군!" 하며 기특한 나의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칭찬했었는데,
이러면 정말 꼬이게 된다.
배열에 적응하려고 키보드를 쓴다?
그 짓 할 시간에 글을 하나라도 더 써야지. ㄷ ㄷ
이리하여 Q60 구매를 포기하게 된다.
내가 취향이 변하여 해피해킹을 메인으로 쓸 때가 만약 온다면
그때 스테빌 촬촬 소리 나는 해피해킹이나 써야지...
키크론 Q60아 안녕~~~ 바바이~~~